각종 리뷰 / / 2022. 7. 31. 14:55

밀양 청소년 사건을 바탕으로 한 <한공주(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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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
한공주

피해자를 더 오래 기억하는 범죄

이 영화는 2004년 밀양, 창원에서 거주하는 남자 고등학생 44명이 또래 여학생들을 집단 강간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단발성 범죄가 아닌 약 1년 정도에 걸쳐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충격을 준 사건입니다. 피해를 여인숙 등으로 유인하여 구타하고 성폭행했고 이를 휴대폰과 캠코더로 촬영한 뒤 유포하겠다는 협박까지 했습니다. 이런 범죄를 고등학생들이 저질렀다는 사실에 당시 많은 대중은 충격을 받았고 가해자들 대부분 처벌받지 않아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성범죄는 피해자가 살아 있는 동안 정신적 트라우마로 고통스럽게 하는 죄질이 아주 나쁜 범죄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하면서 주인공인 한공주(천우희)를 위주로 보여주지만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객관적 시선으로 영화를 전개합니다.

피해자는 잘못한 것이 없다

공주는 그 사건을 겪은 후 학교 내에서 선생님들과 사람들의 편견을 피해 전학을 갑니다. 전학을 간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내성적으로 지내던 공주에게 은희가 다가와 음악을 함께하자고 권하고 공주는 서서히 마음을 열어갑니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 공주를 영상으로 촬영한 은희는 공주에게 이것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이야기 해주자 공주는 아주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영상에 촬영되는 것과 유포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공주는 부모님과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아 선생님의 어머니의 집에 객식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 집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마냥 주저앉아 있지 않고 집안의 일을 돕기도 하면서 최선을 다해 적응하려고 애씁니다. 특히 공주는 수영을 배우는데 그 이유는 '마음이 바뀔까 봐'였습니다. 관객들은 처음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공주와 함께 성폭력 피해를 당한 친구가 성폭력으로 인해 임신하게 되고 그 사실을 비관하여 물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수영을 배우는 것은 자신도 물에 몸을 던질 때 물속에서 자신이 살고 싶어 진다면 수영으로 헤엄쳐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자신도 언젠가 죽음을 눈앞에 마주할 것이라는 사실을 각오한 17살의 아이의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수영도 배우며 열심히 살아보려는 공주에게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아버지가 찾아옵니다. 소박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아빠는 웬 서류에 서명을 하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가 내심 반가웠던 공주는 서명을 해 줍니다. 그 이후에 아빠는 또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 뒤 공주가 공부하고 있는 교실 앞이 소란해집니다. 여기저기서 한공주가 누구냐며 어디 있냐고 소리를 지릅니다. 얼마 전 아빠가 서명을 받아간 그 서류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였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합의금에 눈이 멀어 딸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탄원서에 서명을 받아 갔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다른 가해자 부모들이 한꺼번에 공주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공주는 학교에서 도망칩니다. 그때 은희가 남긴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받고 약간의 용기를 내어 학교에 돌아오지만 공주가 당한 사건의 영상을 본 은희는 공주를 보고 선뜻 다가가지 못합니다. 그 모습에 공주는 결국 다리에서 몸을 던집니다.

어른들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영화

영화를 보면 잘못한 것이 없는 공주를 그 누구도 예전처럼 대해주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모님조차 공주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실제 밀양사건의 가해자들의 부모님도 자신의 자녀들이 한 잘못을 사죄하는 것보다 앞날이 창창한 자식의 앞길을 피해자가 망쳤다며 비난하는 것이 먼저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해자 당사자들도 부모들의 뒤에 숨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존중없이 피해자가 있는 곳을 알아내 찾아가 행패를 부리고 처벌불원서나 탄원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행동 등 어른으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은 옳고 그름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어른들의 잔인한 민낯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직 '밀양 여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성과 관련된 범죄에 있어서도 가해자를 기억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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