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리뷰 / / 2022. 7. 15. 11:41

워낭소리(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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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워낭소리

소와 사람의 우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이충렬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인 이 영화에는 배우가 아닌 경북 봉화의 첩첩산중에 살고 있는 최 씨 할아버지 내외와 40년간 함께 살아온 소가 등장합니다. 소의 평균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할아버지의 누렁이가 시한부 판정을 받으며 마지막 삶을 할아버지와 함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독립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29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이는 당시 독립영화 사상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워낭소리>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비프 메세나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자그레브 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의 성공으로 촬영 장소와 출연자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이어져 최 씨 할아버지 부부의 삶이 상당히 곤란해지는 부작용이 생겨 독립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하였습니다.

소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할아버지

사람이 있을까 싶은 깊은 산골에는 자연의 소리, 소 울음소리 그리고 워낭소리만 가득합니다. 이 소는 여든 살의 최 씨 할아버지와 40년을 함께 해온 할아버지의 벗입니다. 소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라고 하는데 이 소는 평균 수명의 두배 이상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농기구이자 교통수단이며 장성한 할아버지의 자식보다도 나이가 많습니다. 할아버지는 소를 위해 매일 산에 올라 풀을 베어 오고 혹여 소가 잘못될까 농사에 농약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자신보다 소를 더 챙기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섭섭하기도 합니다. 이 모습은 얼핏 소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삼각관계처럼 보입니다. 할머니 소리는 못 들어도 소의 워낭소리는 아무리 작아도 금방 들으며 소가 울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할머니가 질투하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40년이라는 세월은 할아버지를 나이 들게 만들었고 소도 세월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여든이 된 할아버지는 다리도 불편해지고 귀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불혹의 소는 수의사에게 1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소가 삶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최 씨 할아버지의 눈빛은 생각이 많아집니다. 결국 시장에서 오백만 원에 소를 팔려고 하지만 너무 나이가 많은 탓에 아무도 소를 사려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 오백만 원을 주장해 결국 팔지 못하고 집으로 다시 함께 돌아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의 남은 여생 동안 함께 지내기로 하고 어느 날 아침 결국 소는 일어나지 못합니다. 할아버지가 날이 샜다며 불러봐도 미동도 없습니다. 최 씨 할아버지 내외는 소의 무덤을 함께 만들어 줍니다.

함께 걷는 베스트프렌드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꾸미거나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 않아 할아버지와 소의 자연스러운 장면을 보여줍니다. 때로는 소가 할아버지를 태우고 가기도 하고 우직하게 농사도 짓으며 할아버지가 걸으면 함께 걷고 할아버지가 쉬면 함께 쉽니다. 할아버지가 쉬는 동안 담배를 피우면 그 옆을 묵묵히 지켜줍니다. 소와 할아버지가 함께 걸어가는 뒷모습에는 둘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모습도 지켜봤고 자식이 입학할 때도 함께 했고 장성해 나가도 소는 할아버지의 옆에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인생의 대소사,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해온 진정한 동반자였기 때문에 소가 죽고 난 이후 할아버지의 눈빛에서 보이는 상실감과 쓸쓸함이 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항상 함께 있었던 느티나무에 혼자만 남은 할아버지의 모습과 영화의 마지막에 잔잔히 울리는 워낭소리를 들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명으로부터 단절되다시피 한 할아버지 내외의 삶이었기 때문에 소의 부재가 할아버지에게 더욱 큰 상실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도 키우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1년 정도를 함께 살았고, 함께 1년을 동고동락하니 이 녀석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 힘들어졌습니다. 할아버지의 친구인 누렁이를 보면서 저만 바라보는 저의 고양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워낭소리를 다시 보면서 저와 다른 속도의 세월을 보내는 저의 고양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보다 소중해졌고 세월이 가는 것이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할아버지와 누렁이처럼 제 고양이와 오랜 시간 함께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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