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난쏘공)'이라는 작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1970년대 급격한 산업화 시기에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어두운 단면을 이야기한 단편소설입니다. 더 이상 난쏘공이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오길 염원했던 이 소설의 저자 '조세희' 작가가 2022. 12. 25. 향년 80세의 나이로 별세하였습니다.
도시 재개발로 판잣집들을 철거하는 일이 많았던 1970년대 난쟁이 가족은 낙원구 행복동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무허가로 허술하게 지었지만 난쟁이 가족의 안식처였던 판잣집은 결국 철거 계고장을 받게 됩니다. 난쟁이는 이 가족의 아버지였고 가족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지 못한 죄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주어진 아파트 입주권을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난쟁이 가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여주고 현대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를 고발하고 있는 난쏘공은 1970년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늘 날에도 난쟁이 가족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에서는 가난의 원인과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지게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난쟁이 가족을 통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고 굴뚝에서 뛰어내린 난쟁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례를 보여주며 독자들의 관심을 촉구합니다.
고인은 1970년대에는 난쏘공을 집필하였고 1985년에는 강원도의 탄광을 찾아 관찰했습니다. 석탄 산업이 쇠락하면서 소외되어 가는 탄광 노동자에 대해 책을 썼고 그것이 바로 산문집 <침묵의 뿌리>입니다. 고인은 살아가는 동안 소외된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서울 강동구 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인의 빈소에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난쏘공이 필요치 않는 시대, 누구도 난쏘공에 공감하지 않는 시대는 올 수 있을까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제도가 만들어지고 가난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모두 감당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복지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며 점심시간도 없이 일하다 목숨을 잃은 청년 노동자, 송파 세모녀 사건과 같은 소외된 우리 이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조세희 작가가 꿈꾸던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작고하신 것은 우리에게 그 꿈을 숙제로 남겨 주고 가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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